건설업계, 선제적 주문 분주하지만 역부족
파일업계는 경영타격 아래 설비 가동 ‘머뭇’
봄철 분양 성수기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PHC(고강도 콘크리트)파일 공급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수년간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였던 파일업계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단행했던 공장설비 감축 여파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 파일업계는 추가 생산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파일 공급과잉으로 인한 후유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가 3월 본격적 분양시즌을 앞두고 착공 직후 곧바로 투입될 기초공사용 PHC파일 확보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파일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가까스로 건설현장에 쓰일 파일을 제때 공급하고 있지만 3월 분양이 본격화되면 파일 조달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파일 제조사에 선주문을 하고 있지만 그쪽 역시 물량이 여의치 않다는 답변이 많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2월 파일 출하량은 약 45만t이다. 이는 1월(40만t)보다 5만t이 많은 물량이다. 코로나19 여파로 2월 들어 건설현장의 인력난 속에 공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10% 이상 불어났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다면 더욱 불어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파일업계는 건설사들로부터 잇따르는 주문량을 감안하면 3월 월간 파일 수요가 최소 60만t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500㎜ 구경의 단본(7∼15m) 제품은 이미 품귀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는 600㎜ 구경의 파일로 수급 어려움이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다.
파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난 2017년 말부터 2년가량 지속된 파일수요 급감의 후유증 탓에 여전히 파일 제조공장의 생산용량을 늘리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일부 파일업체의 경우 제1공장에 이어 제2공장까지 지었지만 급감한 파일수요 탓에 기존 1공장 가동을 멈추고 2공장마저 야간작업을 배제했지만 시장 파일단가가 급락한 경험이 불과 1년 전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파일업계의 이런 움직임이 급락한 파일 단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파일업계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국 파일업계의 현 평균 공장가동률은 60∼65% 수준으로 작년 말(50%)보다 10%p 이상 높다는 것. 하지만 급락한 파일가격의 정상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현재 PHC파일의 기준단가는 t당 18만5400원이지만 실제 거래 때 사용되는 협정가는 기준가 대비 53% 수준인 9만8000원대에 머문다. 작년 4분기의 9만원대 초반보다 소폭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손실을 만회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다.
파일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t당 10만5000원은 받아야 공장가동률을 높여도 적자를 피할 수 있다”면서 “우리 업계 입장에서는 지난 2년여간의 적자판매로 인한 손실 경험을 감안할 때 공장 가동률을 섣불리 늘리긴 힘든 처지임을 건설업계도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이계풍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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